이야기
나는 15층에 산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지는 3개월쯤 됐다.
그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10분이었다.
출출함을 못 이겨 편의점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복도부터 차고 습한 공기가 목 안으로 들어왔다.
15층
14층
13층...
그때 엘리베이터가 덜컹, 하고 흔들렸다. 그리고 멈췄다.
4층.
문이 열렸다. 아무도 없었다. 다른 층과 달리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문이 닫히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싹함에 소름이 돋았다.
띵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 간판 불빛이 보였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방금 본 건 잠이 덜 깨서 착각한 거라고 생각했다.
새벽이니까.
피곤했으니까.
오래된 아파트니까.
편의점 안에는 알바생 한 명뿐이었다.
작은 스피커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생수와 컵라면을 골랐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 섰다.
알바생은 졸린 얼굴로 바코드를 찍었다.
“봉투 필요하세요?”
나는 대답하려고 했다.
그때 계산대 뒤쪽에 붙어 있는 둥근 방범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속에는 내가 보였다.
후드티를 입은 나.
계산대 앞에 선 나.
그리고,
내 뒤에 서 있는 여자.
여자는 내 바로 뒤에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거의 내 등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머리는 젖은 듯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봤다. 여자는 아직 거기 있었다.
그제야 생각났다. 우리 아파트에는 4층이 없다.
겁에 질린 나는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 멈춰 있었다.
15층 버튼을 눌렀다.
1층..
2층..
3층..
제발. 그다음 숫자는 5여야 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가 다시 멈췄다.
4층.. 문이 열렸다.
뚝. 관절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뚝.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닫힘 버튼을 마구 눌렀다.
아무 반응도 없었다.
기괴한 소리가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다.
어둠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안의 불이 한 번 깜빡였다.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