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우리 학교 정문 앞에는 아주 오래된 동상이 하나 있었다.
양복을 입은 노인이 얼굴 없는 남학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동상이었다.
동상은 분명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는 이상한 소문이 있었다.
비가 오는 밤 열 시가 넘어서 동상을 보면,
가끔 세 번째 학생이 서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학생을 본 사람은 절대로 다시 인원수를 세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날 나는 축제 영상을 편집하느라 밤늦게까지 방송실에 남아 있었다.
학교를 나온 시간은 밤 열 시 반쯤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방송실에 외장하드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정문을 지나는데 이상하게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양복을 입은 노인.
얼굴 없는 남학생.
그리고 그 뒤에 젖은 교복을 입은 학생 한 명.
나는 무심코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그 순간 세 번째 학생의 고개가 아주 조금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나는 곧바로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복도의 센서등이 내 앞에서 하나씩 켜졌고, 지나온 자리부터 차례로 꺼졌다.
철컥.
뒤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내가 걸으면 그것도 걸었다.
내가 멈추면 그것도 멈췄다.
방송실에 도착한 나는 문을 잠갔다.
발소리는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잠시 뒤, 문틈 아래로 초록빛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젖은 동전처럼 비릿하고 녹슨 냄새가 났다.
그때 꺼져 있던 교내 방송이 혼자 켜졌다.
“2학년 3반 김도윤 학생.”
잡음 섞인 여자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졸업 사진 촬영이 있으니 동상 앞으로 나오세요.”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세 번째 학생을 본 뒤 누군가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면 안 된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대답하는 순간, 동상과 자리가 바뀐다고 했다.
나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켜서 문밖을 비췄다.
맨눈으로 보는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화면 속에는 동상이 서 있었다.
노인의 손은 얼굴 없는 학생이 아니라 새로 생긴 세 번째 학생의 어깨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의 얼굴은 내 얼굴이었다.
화면이 한 번 흔들릴 때마다 동상은 가까워졌다.
복도 끝.
계단 앞.
방송실 문 앞.
마지막에는 커다란 청동 손이 휴대전화 화면을 완전히 가렸다.
그때 스피커에서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 대답하지 말고 정문으로 뛰어. 내가 운동장 불을 켤 테니까.”
운동장의 조명이 하나씩 켜졌다.
나는 문을 열고 정문을 향해 달렸다.
뒤에서는 청동이 깨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교문까지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
바로 등 뒤에서 내 목소리가 들렸다.
“도윤아. 뒤 좀 봐.”
나는 끝까지 돌아보지 않고 교문 밖으로 뛰어넘었다.
다음 날, 경찰이 학교 CCTV를 확인했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정문 앞 동상에는 새로운 형상이 생겨 있었다.
손전등을 든 청동 경비원이었다.
그 뒤로 동상은 세 명이 되었다.
그러니까 너희 학교 동상도 한번 확인해 봐.
원래 몇 명인지.
그리고 지금 네 뒤에 서 있는 것까지 세면,
모두 몇 명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