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지 3일째 되던 밤이었다. 짐 정리도 다 끝내지 못한 채, 나는 누워있었다. 나는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켜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풍경 사진, 맛집에서 찍은 음식들, 그리고 친구들과 웃으며 찍은 셀카들. 일상의 복귀를 앞둔 아쉬움을 달래듯 한 장씩 넘겨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사진첩의 맨 마지막 그러니까 가장 최근에 찍힌 사진 한 장에서 손을 멈췄다. '어...? 내가 이런 사진을 찍었었나?' 분명 내가 찍은 게 아니었다. 사진은 내 방 천장을 찍은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기괴한 구도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가슴팍 바로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찍은 듯한, 마치 나와 같이 누워 있는 것 같은 삐딱하고 낯선 각도. 사진 속 천장에는 익숙한 형광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혼자 사는 자취방이었다. 문은 분명히 잠겨 있었고, 창문도 닫혀 있었다.
메타데이터를 확인하려 손을 떨며 사진 정보를 눌렀다.
[촬영 시간: 2026년 7월 9일, 오전 03:14]
지금 시간은 밤 11시를 갓 넘긴 시각이었다. 그럼 오늘 새벽 세 시, 누군가 내 침대 위로 올라와 이 사진을 찍었다는 건가? 소름이 돋았지만 나는 홀린 듯 사진을 한 장 더 뒤로 넘겼다.
다음 사진은 어둠 속에서 찍힌 내 얼굴이었다. 미동도 없이 잠든 내 모습. 사진의 초점은 내 얼굴이 아니라, 내 머리맡에 놓인 베개 근처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사진, 그다음 사진...
놀랍게도 갤러리에는 내가 잠든 동안 찍힌 사진이 수십 장이나 더 있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때였다. 방구석 어둠 속에서, 아주 작지만 분명한
"찰칵"
소리가 들렸다. 내 스마트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방 안쪽 옷장이 있는 어두운 구석에서 들려온, 기계적인 셔터음이었다.
나는 굳어버린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옷장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그 틈새로 검고 커다란 카메라 렌즈 같은 것이 반짝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었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그저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꽉 쥔 채, 방 안의 불을 켜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뛰쳐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내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메시지 창이 강제로 열렸다.
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였다.
[사진이 잘 안 나왔네. 한 번 더 찍어도 될까?]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찰칵"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내 등 뒤인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내 뒤쪽의 모습을 확인했다. 내 뒤쪽을 비추던 렌즈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방 안, 그저 고요한 어둠뿐이었다. 스마트폰 앱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달랬다. 나는 긴장이 풀며 침대 위에 몸을 눕히려 했다.
그때,
내 스마트폰이 다시 한번 진동했다.
낯선 번호로부터 온 문자였다.
[거기 말고, 화면 봐.]
방금까지 내 사진으로 가득 차있던 갤러리 앱의 화면. 그 안의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만, 화면 속 어둠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똑, 똑."
"나와도 돼?"
순간, 길고 하얀 손가락이
좁은 액정 틈새를 뚫고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방 안의 모든 전등이 터져 나갔다.
어둠 속에서 절반쯤 몸을 내민 놈이 내 귀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이제, 내가 밖에서 찍어줄게.]
다음 날 아침, 내 방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침대 위에는 내가 보지 못한 사진 한 장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다. 나와 똑같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나의 사진이.
그 사진의 촬영 시간은
1분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