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험기간이라 주말인데도 독서실에 나와 있었다. 우리 학교 시험 일정이 제일 늦어서 그런지,
독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였다.
독서실은 베프인 수연이랑 같이 다녔다. 수연이는 항상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날은 내가 먼저 도착했다.
수연이는 가족 식사가 있어서 천천히 오겠다고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한참을 그렇게 공부에 집중을 하고 있을 때, 수연이가 왔다.
“어? 오늘은 독서실에 우리밖에 없나보네?”
나는 문제를 풀던 손을 멈추고 대답했다. “응. 아무도 없어서 혼자 있었어.”
수연이가 작게 웃었다. “우리 학교 시험 날짜가 제일 늦어서 그런가.”
“우리 둘만 있으니까 좋네. 공부하면서 편하게 수다도 떨고.”
수연이 목소리는 평소보다 속삭이듯,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나는 그제야 고개를 조금 들었다.
“그러게. 휴…. 좀 쉬었다가 할까.”
그 순간이었다.
삐이—
왼쪽 귀 안쪽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아씨… 귀 아파.”
수연이가 물었다.
“왜?”
“야, 너는 이명 들린 적 있어?”
“삐— 하는 소리? 있어.”
“그래. 그런데 나는 이명이 요즘 좀 다르게 들린다?”
“어떻게 들리는데?”
“어쩔 때는 거친 숨소리.”
“어쩔 때는 잘 들리진 않지만, 무슨 비명소리.”
수연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또 어쩔 땐 소곤소곤 귓속말하는 소리.”
“그 정도면 이명이 아니라 환청 아냐?”
“아, 무슨 환청이야 ㅋㅋ 아냐 그런 거.”
“ㅋㅋㅋ 병원은 가봐야 되는 거 아니고?”
“됐어. 뭐 이런 걸로 병원을 가.”
“알았어. 공부나 해 ㅋ”
“야, 근데 너 집에 언제 갈 거야?”
맞은편에서 대답이 왔다.
“집?”
“응. 집. 너 갈 때 같이 가려고.”
“……집?”
나는 고개를 들며 다시 한번 물었다.
“언제 갈거냐고”
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 언제 갈 거냐고.”
대답이 없었다.
“야. 장난치지 말고.”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 맞은 편 수연이 자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맞은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삐이—
다시 귀 안쪽을 찢는 소리가 났다. 그때.
툭.
오른쪽 이어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때서야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낀 채였는데, 수연이 목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들렸다는 것.
난 그대로 독서실 문으로 뛰쳐나갔다.
문 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열리지 않았다.
나는 더 세게 문을 흔들었다.
덜컹. 덜컹.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깜빡.
방금까지 켜져 있던 독서실 전등이 모두 꺼져버렸다.
순식간에 어둠으로 가라앉았다.
척. 척. 척.
어둠 속에서 끈적한 발소리 같은게 들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떨던 나는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화장실을 찾았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변기 위로 올라가 쪼그려 앉았다.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았다.
화장실 안은 너무 어두웠다.
밖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척. 척. 척.
그것이 화장실 문 앞까지 왔다.
숨이 막혔다.
문밖에서 수연이 목소리가 들렸다.
“지수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수연이가 아니었다.
문밖의 그것은 한참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척. 척. 척.
그리고 다시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조심스럽게 변기에서 내려왔다.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설 수 없었다. 밖에 있던 게 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스윽.
나는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얼굴을 낮췄다.
어두운 복도 바닥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제야 조금 숨을 내쉬었다.
사물함에 가야 했다. 휴대폰만 찾으면 된다.
휴대폰만 찾으면 경찰이든, 수연이든, 엄마든, 누구에게든 전화할 수 있었다.
나는 천천히 화장실 문으로 향했다.
그때. 세면대 위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내 얼굴만 보였다.
창백한 얼굴. 잔뜩 겁먹은 눈. 떨리는 입술. 그리고.
내 뒤.
몸의 절반이 심하게 타버린 여자가 서 있었다. 한쪽 얼굴은 검게 눌어붙어 있었고, 어깨와 팔은 뒤틀린 채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붉게 벗겨진 피부 사이로,
진물이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입에서 수연이 목소리가 나왔다.
“찾았다.”
뚜뚝.
거울 속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꺾었다.
뚝.
목이 부러지는 소리.
그다음 순간,
“지수야!”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지수야! 정신 차려!”
눈을 떴을 때, 나는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눈앞에 수연이가 있었다.
진짜 수연이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왜 여기 쓰러져 있어? 전화도 안 받고… 나 진짜 놀랐잖아.”
그 뒤로 한동안 독서실에는 가지 않았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 오래전 그 건물에서 방화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안에 있던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수연이는 그 얘기를 듣고 내게 말했다.
“야, 다시는 거기 가지 말자.”
그런데 사실,
나는 아직도 가끔 그 소리를 듣는다.
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