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괴담

빨간마스크

독서실에서 늦게 나온 밤,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가 묻는다. '나 예뻐?' 살기 위해 내민 스마트폰의 AI 필터는 그녀의 진짜 얼굴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

빨간마스크 표지

이야기

야, 나 어제 밤에 진짜 죽다 살았어.

내가 어제 독서실에서 11시 넘어서 나왔거든?

비도 오락가락하고

귀찮아서 노캔 켜고 릴스 보면서

아파트 후문 골목으로 걸어가고 있었어.

밤이라 길에 사람도 한 명도 없고,

가로등도 깜빡거려서 좀… 막 산만하긴 했어.

근데 저 앞 신호등 아래에 어떤 여자가 서 있는 거야.

요즘 세상에 마스크 쓰는 거야 흔하니까 별생각 없었지.

근데 그 여자는 쨍한 빨간색 마스크를 쓰고,

무릎까지 오는 길다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더라고.

'와, 옷 스타일 되게 튄다' 하면서

그냥 지나치려 했거든?

내가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그 여자가 내 앞을 딱 막아서는 거야.

에어팟 노캔을 뚫고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어.

"...저기…나 예뻐?"

순간 소름이 쫙 돋더라.

옛날 초등학교 때 들었던 '빨간마스크 괴담' 있잖아.

'에이, 설마 요즘같은 시대에 무슨 빨간마스크야?' 싶어서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소리 지르려는데,

그 여자가 천천히 빨간 마스크를 밑으로 내렸어.

하, 나 진짜 거기서 기절할 뻔했잖아.

입이…

성형 부작용인지 귀 밑까지 살이 베인 듯 벌어져 있는데,

그 흉터가 실시간으로 피를 흘리며 덜덜 떨리고 있었어.

더 기괴한 건

그 입으로 미친 듯이 웃으면서 나한테 묻는 거야.

"내가 예뻐?

너도 나처럼 .... 예쁘게 만들어 줄까?"

그 여자가 코트 주머니에서 길다란 재단용 가위를 꺼내는데,

철컥거리는 쇠소리가 들리니까

머릿속이 흰색으로 표백되는 느낌이었어.

'예쁘다'고 하면 입을 찢을 거고,

'안 예쁘다'고 하면 날 찔러 죽일 거잖아.

그때 내 손에 뭐가 들려 있었게?

인스타 스토리가 켜진 내 스마트폰.

나 진짜 살려고 본능적으로 화면을 켜서

그 여자 얼굴에 내밀었어.

내가 평소에 셀카 찍을 때 쓰던

'보정 극대화 AI 뷰티 필터'가 적용된 화면으로!

필터 카메라가 그 여자의 기괴하게 찢어진 얼굴을 '인식'하더니,

순식간에 턱선은 V라인으로 깎고,

찢어진 입은 앵두 같은 작은 입술로 싹 보정해서 화면에 띄운 거야.

그 순간 여자가 멈칫했어.

가위를 든 채로 내 핸드폰 화면 속에 찍힌,

필터 씌워진 자기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더라고.

그 괴물이…

보정된 자기 얼굴에 홀려서

화면을 넋 놓고 쳐다보는 그 3초 동안,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미친 듯이 뛰었어.

바로 앞에 있는 24시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사장님한테 경찰 좀 불러달라고 소리치고 난리를 쳤지.

나중에 경찰 와서 그 골목 다 수색했는데 아무도 없었대.

요즘 세상엔 귀신도 SNS 필터 없이는

자기 진짜 얼굴도 못 받아들이는 시대인가봐.

…근데 너 지금 왜 자꾸 내 뒤쪽을 봐?

뒤에 누구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