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14분,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쾅..쾅..쾅..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내 몸이 굳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내 방에 찾아올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똑..! 똑..! 똑..!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딸" 엄마 목소리였다. 나는 숨을 멈췄다. 엄마는 지방에있는데..? 이 시간에 내 집앞에 있을리가 없다. "딸, 엄마야. 문 좀 열어봐."
나는 조심스럽게 현관쪽으로 다가가 현관문 구멍으로 복도를 봤다. 복도 불빛 아래에 엄마가 서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은 무슨일이 있는 것처럼 창백했다. 딱 봐도 뭔가 이상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엄마에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엄..마...?"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가 다급하게 말했다. "너 지금 절대 문열면 안돼!!" 나는 문밖의 엄마를 다시 봤다. 문밖의 엄마는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 딸, 빨리 열어 엄마야!!" 전화 속 엄마도 재차 말했다. "저거 엄마 아니야, 절대 열지마." 내 손끝은 차가워졌다. 역시 문밖에 있는 건 진짜 엄마가 아닌가..?
나는 문에서 한걸음 물러나 전화기 속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지금 어디야...?" 전화 속 엄마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집이지. 엄마집. 그러니까 절대로 문 열면 안돼!!"
이상했다. 엄마는 집을 말할 때 항상 "우리 집"이라고 말했는데..? "엄마 집"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다시 한번 물었다. "엄마... 우리 강아지 이름이 뭐야?" 전화기 속 엄마는 잠깐 조용해졌다. 아주 짧은 침묵이었지만 나는 그 침묵 하나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화 속 목소리는 엄마가 아니었다.
그 순간, 문밖의 엄마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딸! 전화 끊어!!" 나는 온 몸이 굳었다. 그때 전화 속 엄마가 다급하게 말했다. "딸, 듣지마. 저거 진짜엄마아니야!" 쾅쾅쾅!! 문 밖의 엄마가 전화를 끊으라며 울부짖었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에 다가갔다. 문 밖의 엄마는 말했다. "딸, 엄마가 너 어릴 때 뭐라고 불렀는지 알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문 밖의 엄마는 울면서 말했다. "우리 쪼꼬미" 심장이 내려 앉았다. 그건 엄마만 부르던 별명이었다.
전화 속 목소리가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 "열면, 죽어." 나는 도어락을 바라봤다. 손이 덜덜 떨렸다. 그때 전화 속 엄마가 말했다. "착하지? 문에서 어서 떨어져." 말투가 이상했다. 마치 사람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짐승을 부리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방 안 거울에 내가 비쳤고, 내 뒤에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서있는 엄마가 있었다. 아니. 엄마의 얼굴을 한 무언가가 서 있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와, 내 뒤에 선 그것의 입모양이 똑같이 움직였다. "문에서 떨어지라니까...."
나는 비명을 지르며 현관문을 열었다.
문밖에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 밖에 있던 엄마는 울고있었고, 엄마는 내 귀에 대고 울면서 말했다. "엄마가 계속 두드렸잖아" ..뚝... 그 순간 전화가 끊겼다.
어두운 방 안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아깝다." 나는 엄마의 품에 안긴 채 방 안을 바라봤다. 이제 거울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거울 위에 하얀 입김이 서렸다. 그리고 그 위로 천천히 글자가 쓰였다. "아직... 안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