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괴담

팔척귀신

여름방학에 찾은 시골 마을. 담장 너머로 보인 비정상적으로 큰 여자를 본 뒤, 창문 밖에서 기계음 같은 웃음소리가 따라오기 시작한다.

팔척귀신 표지

이야기

여름방학.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마루에 누워 여유를 즐기던 때였다.

"포… 포… 포… 포… 포…"

기계음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담장 위로 흰 모자가 스르륵 움직이더니 한 여자가 보였다.

모자와 같은 색의 하얀 원피스.

하지만 담장 높이는 2미터를 넘는데,

그 위로 여자의 머리가 솟아 있었다.

그날 저녁,

할아버지께 낮에 본 키 큰 여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할아버지는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급히 차를 타고 나갔고,

떨고 있던 할머니는 내게 이 지역의 비밀을 알려주셨다.

"그거이 키가 무지하게 크고 '포포포포' 하고 웃는 팔척귀신이란 괴물이여.

한 번 눈에 띄어 홀려버리면 며칠 못 가 꽥 죽는다는 소문이 있지 뭐여.

지금이야 동네 어귀에 장승을 박아놔서 우리 마을 밖으론 못 나가게 묶어놨다만…"

잠시 후 할아버지가 돌아오셨다.

할아버지는 내 손에 부적을 쥐여주었고, 2층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방안 창문은 신문지와 부적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방 구석에는 소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내일 아침 해가 뜰 때 까지 절대 이 방에서 나오지 말어.

우리가 부르더라도 절대로 대답하지 말고."

혼자 남겨진 새벽 1시,

창문이 톡... 톡... 울렸다.

이어 문밖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우면 나와라."

순간 문을 열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 직후 방 구석의 소금이 검게 변하더니,

창문 밖에서 미친 듯한 "포포포포" 소리와 함께 창문이 덜컥거렸다.

나는 불상 앞에 엎드려 밤새 살려달라고 빌다 지쳐 쓰러졌다.

아침 7시,

겨우 기절에서 깨어났다.

소금은 사탄처럼 새까맣게 타버려 있었다.

방을 나서자 마당에는 승합차와 마을 장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장정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량에 탑승했다.

"눈을 절대 뜨지 마라. 고개도 숙이고 있어라.“

차가 출발하고 마을 경계로 향하던 중, 차창 밖에서 또다시

"포포포포" 하는 기괴한 목소리가 울렸다.

살짝 실눈을 떴다가 거품을 물 뻔했다.

긴 관절을 기괴하게 꺾은 하얀 원피스의 여자가 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차창을 콩... 콩... 두드리는 소리에 승합차 안은 공포로 가득 찼다.

피를 말리는 사투 끝에 마침내 마을을 벗어났다.

내 손에 쥐여 있던 부적은 완전히 까맣게 타버려 있었다.

다행히 그 후 십수 년간 나는 아무 탈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모두 세상을 떠나신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엊그저께 외지인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며 그 마을 경계의 장승 하나를 깨뜨려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부터,

내 집 창문 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 포… 포… 포…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