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어릴 때부터 나는 자각몽을 꾸곤 했다.
이때도 그랬다.
난 어둡고 음침한 전철역에 홀로 서 있었다.
그 순간 기괴한 안내방송이 울렸다.
"잠시 후 열차가 도착합니다.
열차에 탑승하면 무서운 일을 겪게 됩니다."
방송 뒤에 조잡한 '원숭이 기차'가 들어왔고,
핼쑥한 남녀 몇 명이 앉아 있었다.
어차피 내 의지로 깰 수 있는 꿈이니,
어디까지 공포를 줄 수 있나 시험해보고 싶어
뒤에서 세 번째 자리에 탔다.
기차가 출발해 터널로 들어갔다.
'어릴 적 탔던 놀이기구 같네. 하나도 안 무섭잖아?'
안도한 순간 방송이 나왔다.
"다음은 회 뜨기..회 뜨기입니다"
뒤이어 찢어지는 비명이 터졌다.
맨 뒷좌석 남자를 난쟁이 넷이 붙잡고
날붙이로 몸을 생선회처럼 뜨고 있었다.
피비린내와 내장 냄새가 진동했고,
남자의 비명 속에 창자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바로 뒷자리의 여자는 그 참극에도 멍하니 앞만 봤다.
공포가 엄습했지만, 조금만 더 보고 깨어나기로 했다.
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붉은 핏자국은 남아있었다.
"다음은 도려내기~도려내기입니다~"
난쟁이 둘이 숫가락으로 뒷자리 여자의 눈을 파내고 있었다.
여자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안구가 푹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이젠 한계였다.
순서대로라면 다음은 내 차례였다.
"다음은 다지기~다지기입니다~"
최악이었다.
(깨라, 깨라, 깨라!)
이번에는 난쟁이가
고기망치를 들고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아..이제 죽었구나..)
체념한 순간,
거짓말처럼 사방이 정적에 휩싸였다.
눈을 뜨니 내 방이었다.
온몸은 식은땀 범벅이었다.
친구들에게 말했지만 다들 웃어넘겼고,
그렇게 4년이 흘렀다.
대학생이 되어 그 꿈을 까맣게 잊었을 즈음,
어느 날 밤.
"다음은 도려내기~도려내기입니다~"
4년 전 그 장면부터였다.
뒤에서는 여자의 안구가 도려내지고 있었다.
(깨라, 제발 깨라!)
난 바로 정신을 집중하고 깨어나길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쉽게 깨어나지 않았다.
"다음은 다지기~다지기입니다~"
난쟁이들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깨라! 깨라고!!)
그 순간 다시 사방이 조용해졌다.
'살았다…'
안도하며 눈을 뜨려던 찰나,
"또 도망치시는 겁니까?
다음에 오실 때는 마지막입니다"
방송 소리가 내 귓가에서 명확하게 울려 퍼졌다.
번쩍 눈을 떴다.
이미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현실의 방 안이었다.
방금 들은 목소리는 절대로 꿈이 아니었다.
분명히 현실에서 들은 소리였다.
그 뒤로 아직 그 꿈을 꾸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에 또 그 열차를 타게 된다면,
나는 현실 세계에선 심장마비나 다른 어떤 이유로 죽을 것이다.
이쪽 세상에선 심장마비겠지만…
그쪽 세계에선 다진 고기가 되어있겠지.